겨울 방학이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, 둘째 아들은 이미 고등학생이 될 준비로 분주한 날들을 보내고 있다. 책가방을 메고 학원으로 향하는 뒷모습을 보며 묘한 감정이 스쳐 간다.
아직은 어린아이 같았던 아들이 벌써 고등학교 준비를 하다니, 마음 한편으론 대견하지만, 또 다른 한편으론 안쓰럽기도 하다. 방학이면 친구들과 뛰어놀고, 밤늦게까지 TV를 보며 웃음 짓던 모습이 떠오른다. 그런데 지금은 문제집을 붙잡고 씨름하거나, 학원에서 돌아오면 피곤한 얼굴로 숙제를 하는 모습이 일상이 되었다.
어느 날 학원에 가기 전, 살짝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하던 아들의 말이 문득 떠오른다.
“엄마, 나도 그냥 놀고 싶어. 근데, 놀다 보면 뒤처질 것 같아. 그러면 후회할 것 같아.”
그 말을 들으니 안타까운 마음이었다. 자신도 알고 있다. 지금의 노력이 그리 쉽지 않다는 걸... 하지만 목표를 위해 한 발 한 발 나아가려는 마음이 느껴져 조금은 놀랐다. 둘째라 아직 어린아이 인줄 알았는데 속은 꽉차있는듯 싶다.
학원으로 향하는 길에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도, 밤늦게 책상 앞에서의 시간도 아들에게는 힘든 순간일 것이다. 하지만 그 시간을 견디고 나면, 지금의 노력은 분명히 아들의 꿈을 이루는 밑거름이 될 거라 믿는다.
엄마로서 해줄 수 있는 건, 그저 믿어주고 따뜻한 격려를 보내는 것뿐이다.
“힘들 땐 잠시 쉬어도 돼. 조금 늦어진다고 해서 가치가 줄어드는 건 아니니까.”
그렇게 말해주고 싶었다. 그리고 무언가를 해내기 위해 애쓰는 노력을 칭찬해 주리라 다짐했다.
고등학교 준비를 향한 이 겨울은, 아들이 자신을 단단히 채워가는 시간이 될 것이다. 꿈을 위해 더 높은 곳으로 날아오를 준비를 하는 시간. 아직은 여리고 연약해 보이는 날갯짓이지만, 그 안에는 힘찬 날갯소리가 깃들어 있다.
학원에서 돌아오는 아들을 위해 따뜻한 저녁을 준비하며 속으로 다짐해 본다.
“조금만 더 힘내자. 그리고 네가 가고 싶은 곳, 하고 싶은 일에 한 발 더 가까워지길 바란다. 엄마는 언제나 네 편이야.”
이 겨울이 지나고 따뜻한 봄이 올 때, 아들은 지금의 노력에 대한 대답을 꽃처럼 피워낼 것이다. 그리고 그 순간, 나는 누구보다 환하게 웃으며, 응원 해주고 싶다.